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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명이 왜 단식에 들어갔는지는 아마 자신도 명쾌히 설명하기 어려울 것이다. 그는 취임 1주년 기자간담회에서 갑자기 무기한 단식을 선언했다.
그러면서 내놓은 요구조건이 대통령의 민생파괴, 민주주의 훼손에 대한 사죄, 일본 핵 오염수 방류 반대 입장 천명 및 국제 해양재판소 제소, 전면적 국정쇄신과 개각 등이었다.
이게 의정을 전횡하고 있는 거대정당 대표가 곡기를 끊어야 할 정도의 절박한 상황인가. 그래서 국민의 힘 측은 뜬금없는 내지르기라며 황당하다는 반응을 보였다.
매일 꼿꼿이 앉아 있던 이재명은 단식 11일 차인 10일, 자리에 누워 있는 모습을 보였다. 힘이 빠졌을 만도 하다. 지금이라도 그만두면 좋을 텐데, 끝까지 버티겠다는 심산인듯하다. 무기한이라고 말해버린 바람에 자발적으로 끝내기도 어려운 입장이다.
검찰을 갖고 노는 단식 피의자
전날엔 쌍방울 불법 대북 송금 의혹으로 수원지검에 나가 조사를 받았다. 열흘 째 단식을 하면서 수원까지 이동해 검찰 신문을 받기는 정말 어려웠을 것이다. 10시 20분 검찰에 출석해서 오후 6시 40분까지 조사를 받았다.
당초 9시 이후 심야 조사에도 응하겠다고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건강 때문에 더 버티기 어려웠다는 점은 이해가 된다. 그런데 조서를 열람하다가 자신의 진술이 누락됐다면서 서명날인을 거부하고 방을 나가 버린 것은 또 무슨 경우인가. 누락된 부분이 무엇이냐는 물음에는 답변이 없었다고 수원지검은 밝혔다.
어럽게 출석해서 조사를 받고는 무효로 만들고 만 것인데, 이것도 일종의 투쟁방식인지 모르겠다. 조사가정에서도 그의 투쟁은 계속됐다. 검찰 측은 건강상태를 감안하여 필요최소한도를 조사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이재명은 조사 내내 구체적인 진술을 거부한 채 진술서로 갈음한다거나, 질문과 무관한 반복적이고 장황한 답변, 말꼬리 잡기 답변으로 일관하는 등 조사에 협조하지 않아 조사에 차질을 빚었다.
검찰은 이재명에게 12일 재출석을 통고했는데 이는 이재명 측의 요청에 따른 것이었다고 한다. 이날 6시까지 조사를 끝내주면 12일 다시 출석하겠다고 했다는 것이다. 그런데 민주당 주장은 정반대다. 권칠승 수석대변인의 말은 이렇다.
충분히 신문 시간을 단축할 수 있었지만 추가 소환까지 요구하는 검찰 결정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은 시종일관 시간 끌기 식 질문이나 기록을 남기기 위한 질문 등으로 시간을 지연했다.
구속 피하는 재주 가히 천재적
이재명은 적극적으로 조사에 응했는데 검찰이 되레 시간을 지연시켰다는 것이다. 그렇게 믿기로 하고, 검찰은 왜 그랬을까? 질질 끌면서 헛소리를 유도하기 위해? 심야조사로 가면 이재명은 정신이 혼미해질 것으로 기대해서? 시간을 끌면서 핵심을 비켜가는 질문을 계속하면 이재명이 화를 이기지 못해 허점을 드러내게 될 것이라고 기대해서? 그래서 조서에 서명날인도 않고 가버렸다는 것일까?
이재명과 민주당 측이 무슨 말을 하든 국민의 신뢰를 기대하긴 힘든 상황이다. 생뚱맞은 단식을 검찰이 요구한 건 아니다. 느닷없이 선언했다. 나 무기한으로 밥 안 먹어! 보기에 따라 수사방해로 비칠 소지가 다분했다. 죽기로 작정하고 단식을 벌이는데 검찰인들 뭘 어쩌겠는가. 이제 드러눕기 시작했으니 재소환은 물 건너갔다고 봐야 한다.
아예 기동을 못할 상태라며 출석을 거부할 가능성이 높지만 아니면 무리해서 출석하는 모습을 보인 후 조사 중에 혼절해 버릴 수도 있다. 검찰은 갈 데 없는 인권 탄압 세력이 되고 마는 것이다.
위독 상태가 될 때까지 단식 기간을 끌어간다. 그다음엔 병원으로 실려가 응급처치를 받는다. 개딸들을 비롯해서 극렬 지지세력은 분노 대방출에 나선다. 민주당은 이에 호응하지 않을 수가 없다. 몇몇 의원들은 합리적 이성적이지 못한 분위기에 저항할 수도 있겠지만 대부분은 오히려 분노를 과장하면서 인원 동원에 나설 것이다.
이재명은 극도로 쇠약해진 건강을 회복하는데도 장기간의 요양이 필요해진다. 검찰은 속수무책, 그야말로 닭 쫓던 개 지붕 쳐다보는 격이 되고 만다. 조사를 받으라고 요구하면 인권탄압 세력으로 몰리기 십상이다. 체포 동의안을 제출해 봐야 민주당은 아무런 부담감 없이 부결시킬 게 뻔하다. 핑계가 충분히 비축됐기 때문이다.
개딸들의 눈물겨운 충성서약
이재명은 불체포특권 포기하겠다, 내 발로 영장심사받으려 법원에 가겠다, 당당히 맞서겠다.... 등등 별별 소리를 다했지만 목표는 오직 하나, 구속을 면하는 것이다. 그래서 온갖 잔꾀를 다 내 검찰을 우롱하고 국민을 희롱했다는 것을 그 자신이 뜬금없는 단식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뿐이 아니다. 개딸이라는 세력이 9일 민주당 청원 게시판에 단식중단을 간곡히 요청하는 청원을 올렸다. 네 가지 약속이라는 것을 담보로! 검사탄핵, 일본산 농수산물 전면 금지 입법화, 양평 고속도로 의혹,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 규명, 해병대 상병 순직 사건 관련한 특검 등을 지역구 의원에게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이들은 압도적 지지와 행동을 약속하는 권리당원을 믿고 단식을 중단할 것을 간곡히 요청했다. 혹시라도 단식을 계속할 자신이 없어질 때 핑곗거리로는 이만한 게 없다. 서로 정말 죽이 잘 맞는 이재명과 개딸들 임을 과시하면서 소속 의원들에게는 무서운 경고를 보낸 것이다.
검찰로서는 불구속 기소 말고는 달리 방법이 없다. 법정투쟁에 들어가면 이미 이재명은 안전지대에 들어선 것이나 마찬가지다. 재판일정을 갖고 노는 것은 그들의 특기이니까. 내년 22대 총선에서 민주당이 이기기라도 할 양이면 권력이동의 양상이 뚜렷해질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과 그의 정부는 조기 레임덕을 경험해야 할 처지가 되고 만다. 그의 계책은 그야말로 무궁무진하다.
처량한 시세가 된 것은 거대 민주앙의 소속 의원들이다. 멀쩡한 국민의 대표라는 사람들이 개인 이재명을 위한 호위무사 역할을 해야 하는 처지에 놓이지 않았는가. 일찍이 보스정치가 당연시 되던 시절에도 이런 경우는 없었다. 마치 인형의 마디마디를 실로 묶어 사람이 위에서 조종하여 연출하는 인형극 또는 그 인형 군상을 보는 느낌을 준다. 21세기 대한민국의 정당정치가 이 지경으로 희화화됐다니 기가 막힐 노릇이다.
전 국민일보 주필 이진곤 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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