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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내 새끼만 귀한 나라] 모성애 이름으로 행해진 비윤리적 행위 "악성 민원-고소 고발"

by 구름과 비 2023. 8.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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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 엄마 없니?'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에서 김혜자가 진범인 자신의 아들 대신 억울하게 누명을 쓰고 감옥에 들어가는 종팔이에게 묻는다.

봉준호 감독의 영화 마더

다운증후군을 앓고 있는 종팔이는 엄마가 없었다. 종팔이는 자신을 대신해 목소리를 내줄, 결백을 밝혀줄, 엄마도 없이 저지르지도 않은 죄를 뒤집어쓴다.

김혜자는 마침내 살인 사건의 유일한 목격자를 죽여 아들의 잘못을 덮는다. 내 새끼만 소중한 부모의 맹목적인 사랑이 무고한 남의 자식을 살인 용의자로 몰아넣는다. 이 영화는 모성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진 행위가 과연 숭고하기만 한지 의문을 던진다.

서이초 교사의 죽음

최근 한국 사회를 보면 내 새끼만 귀한 비뚤어진 모성애가 넘쳐난다. 자식을 향한 사랑이 없는 부모는 없다. 그러나 부모의 사랑이라는 숭고한 이름 뒤에 숨어 일어나는 무례가 도를 넘고 있다. 일부 학부모들은 내 새끼가 겪게 되는 작은 불이익을 참지 못하고 교사에게 각종 민원을 넣으며 위력을 행사한다.

나아가 학부모들은 내 새끼의 일이라면 물불 가리지 않고 고소/고발이라는 무기까지 휘두른다. 교육계를 중심으로 서울 서이초 23세 새내기 여교사가 스스로 생을 마감한 배경을 두고 학부모들의 악성민원이  있는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됐다.

주호민 특수교사 고발사건

문제는 내 새끼를 위한다는 믿음이 윤리의식을 떨어뜨린다는 점이다. 웹툰 자가 주호민이 자신의 자폐아들을 가르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고소한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특수교사는 주호민의 아들이 여학생 앞에서 바지를 내리는 행동을 해 일반 학생과 함께 수업받는 학급에서 통합학급으로 분리 조치 뒤 부적절한 발언을 한 혐의를 받고 있다.

그 결과 자폐아이를 부모 대신해 돌본 특수교사는 하루아침에 아동학대범이라는 낙인이 찍힌 채 재판을 받고 있다. 더욱이 해당 교사는 교육청으로부터 직위해제 통보를 받고 밥줄까지 끊겼다.

조국의 저급한 윤리의식과 위법 행위

내 새끼만 소중한 사회는 갑질을 넘어 위법한 행위마저도 애끓는 모성애와 부성애로 둔갑시킨다. 조국 전 법무부장관 부부는 자녀의 진학을 위해 서울대 공익인권법센터 인턴 증명서를 허위로 발급받고, 동양대 총장 명의의 표창장을 위조하기까지 했다.

조국은 2016년 아들이 다니던 미국 조지워싱턴대 온라인 시험을 대신 풀어주기도 했다. 그런데도 이들 부부는 입시 부정과 특혜 의혹을 안이한 아버지, 무조건적 모성애가 앞서'라는 표현으로 넘기려 했다. 또 고위 공직자들의 위장 전입은 맹모삼천지교라는 미담으로 치부되기 일쑤다.

영화 마더, 모성애 이름으로 행해진 비윤리적 행위가, 숭고한가 의문

영화 마더에서 그려지는 모성애는 나이답지 않게 재 앞가림을 못하는 모자란 아들을 위해 벌이는 死鬪의 측면도 있었다. 28살 아들 도준은 자신이 한 일과 다른 사람이 한 일도 헷갈려 친구가 파손한 벤트 차량의 사이드미러도 본인이 한 일로 뒤집어쓴다.

도준은 살인사건 현장에선 자신이 살인범인양 재현하고, 몰려든 사람 앞에서 영웅처럼 손을 흔들기도 한다. 그러나 우리가 현실에서 맞닥뜨리는 모성애는 인맥과 돈, 유명세, 지위를 총동원해서라도 내 새끼를 유리한 고지로 밀어 올리려는 힘센 부모들의 위력이다.

새내기 여교사의 죽음과 주호민 특수교사 고발 사건의 이면에는 모성애라는 이름 뒤에 숨은 힘센 부모의 위력이 존재한다. 부유층 밀집지역인 서초구는 재력과 권력을 지닌 학부모들의 치맛바람이 거센 동네로 악성민원이 그만큼 잦은 것으로 알려졌다.

주호민은 개인의 문제를 유명인이라는 사회적 지위와 돈을 이용해 교실에서 사회적 영향력을 행사하고 교사를 상대로 보복성 소송을 진행했다. 시민들이 이토록 분노하는 이유는 이러한 위력이 금쪽같은 내 새끼를 위한 일인 양 너무도 당연하게 벌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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