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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제국의 위엄에 걸맞게 화려한 십이장복과 12줄의 구슬이 달린 면류관을 걸치고 제관의 외침에 맞춰 음악이 멈췄다가, 또다시 시작되며 제례가 진행된다.
조선시대 땅과 곡식의 신을 모시는 제례인 사직대제의 한 장면이다. 사직제례악은 사직대제에 쓰인 음악과 노래, 무용을 뜻하며, 이 사직제례악을 복원한 공연이 지난 11~12일 국립국악원 무대에 올랐다.
종묘대제와 함께 왕이 주관한 핵심 제례 중 하나였던 사직대제는 1908년 일제강점기 시절 명맥이 완전히 끊겼다. 80년이 지나서야 사직대제보존회가 제례 절차를 복원했지만, 당시 음악과 노래 등 제례악은 제대로 되살아나지 못했다.
이후 국립국악원이 2014년 사직서의궤와 일제강점기 왕실 음악기구였던 이왕직아악부의 음악자료 등을 토대로 사직제례악을 복원했다. 이로부터 딱 10년 뒤 사직제례악을 공연화해 선보이게 된 것이다.
이번 공연에 자문을 맡은 송지원 전 국립과학연구실장은 지난 10일 프레스 리허설에서 2014년에는 음악 복원이 중심이었다면 이번에는 무대화에 초점을 뒀다고 말했다.
사직대제는 시기에 따라 규모가 축소되는 등 변화를 겪었다. 특히 임진왜란 이후로 국가 재정이 힘들어지며 축소됐던 형식은 대한제국 시절 다시 화려해졌다고 한다.
이건희 국립국악원 정악단 예술 감독은 이번 공연의 배경을 대한제국 시절로 한 것에 대해 황제국의 위험과 자주국으로서의 자부심을 드러내기 위해서였다고 설명했다. 공연을 위해 악학궤범에 기록된 관, 화, 생, 우 등 사라졌던 악기들을 복원하기도 했다.
국립국악원 측은 이미 공연예술 콘텐츠로 자리 잡은 종묘제례악처럼 사지제례악 역시 보안을 거쳐 관객들에게 친숙한 공연으로 거듭나겠다는 계획이다. 종묘제례악은 국내에서도 여러 지역 무대에 올랐을 뿐만 아니라, 지난해 헝가리와 폴란드에서 공연돼 외국 관객들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국립국악원 관계자는 종묘제례악도 처음에는 복원에 의의를 뒀다가 지난해부터 해설을 덧붙이는 식으로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다며, 지방 순회공연 때 학생들의 반응도 좋았고, 한 크로스오버 음악팀이 종묘제례악의 일부를 전자음악과 연계해 재해석한 사례도 있었다고 말했다.
연출을 맡은 이대영 중앙대학교 예술대학원장도 공연 콘텐츠로 대중에게 다가가야 하는 지점과 원형을 복원해야 하는 지점 사이에서 이제 막 단추를 꿴 것이라며, 전통을 지키면서 다양한 시도를 하다 보면 점점 더 완성도 있는 콘텐츠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이번 공연에서는 무대 위 천장과 바닥에 LED 스크린을 설치해 공간을 확장하고, 하늘과 땅의 이미지를 재생해 제례의 분위기를 한 층 살렸다.
이대영 원장은 또 K-컬처가 전 세계적으로 뜨겁지만 우리 국악이나 전통문화의 인기는 아쉬운 부분이 있다며, 공연이 회차를 거듭하면서 외국 관객들에게도 우리의 우수한 예술적 가치를 보여주면 좋겠다고 말했다.
아울러 현대적인 의미로는 종묘대제보다 사직대체의 의미가 더 크다고 말했다. 왕실의 조상에게 제사를 지내는 종묘대제보다, 백성의 풍요를 기원하는 사직대제가 현대 관객들의 삶과 더욱 맞닿아 있다는 취지다.
이대영 원장은 땅과 곡식, 우리의 먹거리와 백성들의 평안을 비는 것이 사직대제라며 이 소중한 유산을 세계에 더 보여줄 수 있어야 한다. 또한 제례는 구경하는 게 아니라 같이 참여하는 것이라며, 관객이 함께하는 형태로 발전해야 할 것, 그리고 과거에는 영토가 왕의 소유였지만 지금은 아니다고 강조했다.
이어 사직대제에서 기리는 땅과 곡식의 신을 관객으로 해석할 수 있으며, 이런 메시지를 전달하기 위해 무대 위의 제단을 객석 쪽으로 향하도록 구성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국립국악원은 사직제례악의 유네스코 등재를 목표로 하고 있다며, 사직대제는 국가무형유산으로 지정됐지만 사직제례악은 아직 그렇지 못했다며 , 사직제례악도 우선 국가무형유산에 지정되는 것을 목표로 한 뒤 종묘제례악처럼 유네스코 인류문화유산으로 등재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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