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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의 지도자 시저'가 암살당한 뒤, 남은 인물들이 각자의 명분과 이상을 내세우며 권력을 다툰다. 모든 정의'라는 동일한 가치를 외치고 있지만, 그들의 말에 담긴 의미는 제각각이다.
서울 서강대 메리홀 대극장에 오려지고 있는 연극 킬링시저'는 셰익스피어의 고전 줄리어스 시저'를 현대적으로 재창작한 작품이다. 원작과는 다르게 시저 암살 장면을 극 초반부터 펼쳐낸다. 공화정을 지킨다는 명분으로 벌어진 시저 암살이, 결국 또 다른 독재자를 탄생시킨 아이러니한 상황에 극의 초점을 맞춘 연출이다.
작품은 고대 로마의 이야기를 통해 오늘날 우리 사회에도 유효한 질문을 던진다. 절대 권력을 향한 인간의 욕망, 그리고 그 권력에 저항하려는 인간의 본능적인 투쟁은 시대를 초월하는 보편적인 주제다. 브루투스와 카시우스, 안토니우스 등 각 인물들의 선택과 그로 인한 비극적인 결말은 관객들에게 권력의 본질과 정의, 그리고 개인의 책임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한다.
이 과정에서 관객은 군중의 일부가 된다. 로마 공화정을 연상시키는 원형 입체 무대는 관객을 극으로 끌어들이는 가장 중요한 매개체다.
미니멀하면서도 상징적인 무대 디자인을 통해 극의 메시지가 극대화된다. 거대한 로마의 배경을 직접적으로 재현하기보다는, 빛과 그림자, 그리고 소품의 활용을 통해 공간의 의미를 부여하고 인물들의 심리를 반영하는데 집중한다. 절제된 음악과 효과음은 극의 분위기를 더욱 고조시키며 과객들의 감정선을 섬세하게 자극한다.
특히 무대 구조물을 가장 활발하게 오가는 7명의 코러스가 압권이다. 이들은 로마 시민들의 집단 심리와 여론의 변화를 몸짓을 통해 시각적으로 드러낸다. 각 인물의 선택과 그에 따른 결과도 이들의 몸짓을 통해 상징적으로 표현된다. 이들이 겹겹이 쌓아 만드는 코러스도 작품의 긴장감을 높이는 요소다.
연기파 배우들의 활약도 작품의 볼거리다. 지난해 공연한 연극 엔젤스 인 아메리카'에 같은 배역으로 더블 캐스팅됐던 손호준'과 유승호'가 각각 시저와 브루터스로 호흡을 맞추면서 개막 전부터 큰 화제를 모았다. 손호준은 최고 권력자의 위엄과 무게감을, 유승호는 권력자 암살 이후 혼란스러운 상황에 대한 고뇌를 잘 보여준다.
그런데 가장 눈길을 끈 건 안토니우스와 카시우스, 2개 배역을 소화하는 양지원이다. 교활한 악마와 천사의 얼굴, 극과 극의 연기를 오가면서 각 캐릭터의 목소리와 움직임 하나하나를 섬세하게 만들어간 느낌이다. 덕분에 두 인물이 극명히 대비되면서 극에 긴장감을 더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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