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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브란스병원을 찾은 한 보호자는 12일 하필 이럴 때 아픈 게 죄인인가 싶다며, 슈퍼갑 병원의 환자 떠넘기기 형태에 모든 걸 놔버리고 싶다고 말했다.
보호자의 부친은 지난 7일 서울대병원에서 암 진단을 받고 수술을 준비했다. 하지만 며칠 뒤 병원은 오는 17일부터 집단휴진이 시작돼 수술을 진행할 수 없다며 다른 병원을 알아보라고 통보했다.
보호자는 급히 세브란스 진료 예약을 잡아 왔지만 이날 세브란스병원도 오는 27일부터 무기한 휴진에 들어가겠다고 선언했다. 세브란스에서도 수술이 어렵다고 할까 봐 지금도 다른 병원을 계속 알아보는 중이라며, 전이가 없을 때 하루빨리 수술해야 하는데 마지막 동아줄이라도 잡는 심정이라고 말했다.
서울대병원을 시작으로 무기한 휴진 방침을 밝힌 대형 대학병원이 속속 늘면서 환자들의 속앓이가 깊어지고 있다. 서울대의대 교수협의회 비대위는 오는 17일부터 연세대의대 교수협 비대위도 27일부터 종료일을 못 박지 않고 휴진에 돌입한다. 응급실과 중환자실, 투석실, 분만실 등은 유지하되 외래, 비응급 수술과 시술은 중단하기로 했다.
당초 18일 하루 휴진 방침을 밝혔던 가톨릭대의대와 울산대의대도 무기한 휴진 가능성을 열어뒀다. 가톨릭대의대 비대위 관계자는 정부 대응을 지켜본 뒤 20일 전체 교수회의를 통해 추가 행동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40개 대학으로 구성된 전국의과대학교수협의회도 18일 휴진에 동참하기로 결론 냈다.
대형병원 휴진에 따른 피해를 오롯이 감당해야 하는 환자들의 분노는 더 커지고 있다. 한국중증질환연합회는 이날 서울대병원에서 집단휴진을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28년째 루게릭병 투병 중인 김태현 한국루게릭연맹회장은 대독자를 통해 법과 원칙에 입각해 의사집단의 불법 행동을 엄벌해 달라고 촉구했다.
식도암 4기 환자인 김성주 연합회장도 지금까지는 고소/고발을 생각해 본 적 없지만 만약 환자들이 지속적으로 이야기하면 단체 차원에서 검토할 생각이 있다고 밝혔다.
유방암 치료를 위해 서울 송파구 아산병원을 찾은 60대 환자도 집단휴진 소식에 우리더러 다 죽으라는 거냐며, 휴진한다는 병원을 다 폭파하고 싶다고 분노를 토했다. 환자는 충북 청주에 사는데, 일주일 간격으로 12차례 항암 치료를 받아야 해 병원 주변에 작은 숙소를 구했다고 한다. 지난 3월 암 진단을 받은 환자는 석 달 동안 빅 5 병원 문을 두드렸지만 지난달 말에야 아산병원 진료 예약에 성공했다.
선천성 담도폐쇄증으로 태어날 때부터 서울대병원에 다녔다는 한 환자는 합병증이 발생할 때마다 2~3주 걸리는 항생제 치료를 받아왔는데, 휴진에 들어간다니 몹시 불안하다며, 의사들이 아파보지 않아 파업하는 거지, 사람 생명을 갖고 이럴 순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환자들은 병원 입만 바라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절망하고 있다. 이날 다섯 살 아들을 데리고 아산병원 어린이병동을 찾은 30대 보호자도 다음 달 초 예정된 수술 일정이 변경될까 봐 불안에 떨고 있었다. 보호자는 병원에서 언제 연락을 줄지 몰라 매일 휴대전화만 바라보고 있다며, 어른들 싸움에 죄 없는 아이들만 고생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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