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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못 할 고민 치질. 인식 개선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커지면서 전보다 적극적으로 치료받는 사람들이 늘고는 있으나, 여전히 질환이 있다는 사실을 숨기거나 임시방편으로 처방 없이 약국에서 살 수 있는 일반의약품을 구매해 먹고 바르는 경우가 많다.
300억 원에 달하는 치질 일반의약품 시장 규모가 이 같은 사실을 대변한다. 일반의약품은 통증을 완화하고 증상이 진행되는 것을 막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약만 먹어선 혈관 문제로 인해 발생하는 치질을 치료하기 어렵다. 초기 단계를 지났거나 심한 통증이 지속된다면 약에 의존하지 말고 병원을 찾는 게 좋다.
치질은 크게 ‘치핵’, ‘치열’, ‘치루’ 등 세 가지로 구분된다. 항문 안쪽 혈관이 뭉쳐 늘어나면서 혹이 생긴 상태를 ‘치핵’이라고 하며, ‘치열’은 항문 주변 피부와 점막, 근육 등이 찢어져 상처가 생기는 것을 뜻한다. ‘치루’는 항문 주변 농양 내 고름이 나오면서 항문 바깥쪽 피부까지 작은 통로가 생기는 질환이다.
흔히 말하는 치질은 대부분 치핵이다. 치핵은 상태에 따라 1~4기로 다시 한번 나뉜다. 1기에는 항문에 치핵 조직(혹)이 튀어나오지 않고 변을 볼 때 출혈이 생기며, 2기는 변을 배출할 때만 혹이 튀어나온 후 다시 들어간다. 3기에 이르면 혹이 들어가지 않아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하며, 4기는 손으로 밀어도 혹이 들어가지 않거나 다시 나온다.
비교적 초기에 해당하는 1~2기에는 약국에서 일반의약품을 구매·복용하면 증상이 완화될 수 있다. 치질 일반의약품에는 먹는 약(경구제)과 바르는 약(연고제) 등이 있다. 동국제약 ‘치센(경구제)’, 일동제약 ‘푸레파인 연고’ 등이 대표적이다. 먹는 약은 식물성 플라보노이드 구조인 ‘디오스민’이 주성분으로, 항문 주변 직장 내 혈관 투과성을 개선하고 혈관 조직 치밀도를 높여 출혈로 인한 항문 주변 혈관 회복을 돕는다. 동시에 혈관 조직을 강화하는 역할도 한다. 바르는 약은 리도카인과 같은 국소마취제가 주요 성분이다. 치핵 초기에 사용하면 통증 완화와 항문 긴장을 푸는 데 도움이 된다.
혹이 항상 튀어나와 있거나 손으로 밀어 넣어야 하는 경우, 즉 3기부터는 일반의약품에 의존해선 안 된다. 구체적으로는 ▲혹이 손에 잡힐 정도로 큰 경우 ▲혹이 항상 튀어나와 있어 통증이 빈번하고 불편한 경우 ▲혹이 딱딱해지고 심한 통증이 동반된 경우(혈전성 외치핵) 등이 해당된다. 연고를 사용해 통증을 일시적으로 가라앉힐 수는 있으나 임시방편일 뿐이다.
치질약을 먹는 것만으로 치질이 치료된다고 생각해서도 안 된다. 치질약은 증상 조절을 도울 뿐이다. 증상이 완화돼도 복용을 중단하면 생활습관 등에 의해 언제든 재발될 수 있다.
약을 먹었음에도 장기간 증상이 지속된다면 치핵이 아닐 가능성도 고려해야 한다. 항문 주위에 다른 질환이 있거나 염증성 장질환인 경우에도 치핵과 비슷한 증상이 생길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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