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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춘 전 청와대 비서실장과 조윤선 전 문제부 장관은 문화계 블랙리스트 사건으로 6년째 재판을 받고 있다. 흔치 않은 일이다. 두 사람은 애초 구속됐다가 풀러나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하지만 재판이 이렇게 길어지는 건 당사자에게 고통이다. 어느 법조인 말처럼 재판 지연은 신체의 구금이 없더라도 정신을 구금하는 것이기 때문이다고 한다.
당사자들이 다툴 게 많아서라면 모르지만 이건 그것도 아니다. 이 사건은 김 전 실장 등이 좌파 성향 문화계 인사들에 대한 지원 배제를 지시해 직권을 남용했다며 박영수 특검팀이 기소한 것으로, 3년 전인 2020년 1월 대법원에서 일부 무죄 취지로 파기 환송됐다. 재판이 마무리 단계까지 간 것이다. 그런데 2021년 7월 박 특검이 가짜 수산업자 사건’에 연루돼 특검을 사퇴하고, 특검보까지 함께 물러나면서 문제가 생겼다. 형사재판을 하려면 검사가 있어야 하는데 그 역할을 할 사람이 다 사라져 재판이 중단된 것이다.
특검이 사표를 내면 대통령이 후임을 임명하면 된다. 관련 특검법에도 그렇게 하게 돼 있다. 그런데 당시 문재인 대통령은 특별한 이유도 없이 새 특검 임명 절차를 진행하지 않았다. 또 특검법에는 특검 부재 시 특검 임명 절차는 있지만 특검 부재 시 재판 중인 사건을 어떻게 처리할지에 대한 내용은 없다. 일종의 입법 미비다. 그렇다면 국회라도 법을 개정해야 할 텐데 그것도 안 했다. 그러다 지난달에야 개정안이 통과됐다. 확정 판결이 나지 않은 상황에서 특검과 특검보가 모두 공석이 됐을 경우 해당 사건을 관할 검찰청 검사장에게 승계한다는 조문을 새로 추가한 것이다. 이 간단한 일을 하는데 1년 5개월이 걸렸다. 재판 지연을 방치한 법원, 문 전 대통령에게도 잘못이 있지만 신속하게 후속 입법을 하지 않은 국회 책임도 크다.
사실 국회에서 이런 정도의 직무유기는 약과다. 헌법재판소는 2019년 낙태죄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이듬해 말까지 법 개정을 주문했다. 헌법불합치는 법 조항을 바로 위헌으로 할 경우 생기는 혼란을 막기 위해 법 개정 시한을 두는 것이다. 하지만 국회가 개정 시한을 지키지 않아 2년 넘게 입법 공백 상태다. 낙태 문제는 어린 생명과 그 생명을 담은 여성의 건강에 관한 중요한 문제다. 임신 중지 결정 가능 기간 등 결정해야 할 요소가 많고 복잡하다. 그런데 국회는 정쟁에만 몰두할 뿐 입법엔 별로 관심이 없다.
야간 옥외 집회 문제는 더 심각하다. 헌재는 2009년 9월 일출 전이나 일몰 후에 옥외 집회를 금지하는 집시법 조항에 대해 헌법불합치 결정을 내리면서 법 개정 시한을 2010년 6월까지로 정했는데 국회는 12년 넘은 지금까지 개정을 하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집회는 사실상 24시간 허용되는 상황이고, 경찰은 ‘사생활 평온을 해칠 우려가 있는 경우 집회를 금지할 수 있다’는 다른 조항을 끌어들여 야간 집회를 금지하는 식으로 대응하고 있다고 한다. 당장 큰 혼란이 생기지 않는다고 중요한 정책들을 이렇게 등한시해도 되나.
헌법상 부여된 국회의 입법권은 국민에게 보탬이 되는 좋은 입법을 하라는 의무이기도 하다. 그 의무를 저버린 국회에서 민주당은 지난 정권 때 북한 김여정이 하명하자 대북전단금지법을 강행했다. 5·18에 대해 정부 발표와 다른 주장을 하면 처벌하는 법도 시행했고, 검찰 수사 방탄 차원에서 ‘검수완박법’도 밀어붙였다. 해야 할 일은 안 하면서 입법권을 멋대로 휘두른 것이다. 압도적 의석을 무기로 벌인 입법 독재이자 횡포다. 새삼스러운 일도 아니지만 이런 국회를 위해 세금을 쓴다는 게 너무 아깝다.
최원규 논설위원 논설실 논설위원 글 옮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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