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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

[그리스도를 닮은 순교] 6.25 전쟁 중 최대 순교지 "전남 영광, 유산"으로 빛나다.

by 구름과 비 2023. 6. 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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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여 년 전 마치 굴비처럼 단단한 포승줄에 묶인 채 끌려가다 참혹하게 순교한 이들의 이야기가 어항 마을 곳곳에 어려있다.

6.25 전쟁 중 최대 순교지 전남 영광, 유산으로 빛나다.

194명, 1950년 6.25 전쟁 당시 목숨을 잃은 영광 지역 기독교인 숫자다. 대한민국 최대 기독교 순교지로 기록된 곳, 호국보훈의 달 6월을 맞아 찾아간 아픔의 마을에서는 여전히 순교 신앙을 품은 채 살아가는 이들을 만날 수 있다.

이 마을에 전설처럼 내려오는 이야기가 있다. 예배 시작을 알리는 종이 나흘 동안 스스로 울렸고, 마치 공습 대피 경보음처럼, 기이한 울리는 종소리, 이상하게 여긴 주민들이 짐을 싸서 이 마을을 떠나기 시작했는데 딱 열흘 뒤에 인민군이 쳐들어왔다.

1950년 9월 13일 인민군들이 故 김종인 목사님을 대사고개라는 곳으로 끌고 가서는 양잿물을 입에 가득 부었고, 목사심이 양잿물을 머금은 채 삼키질 않자 목을 칼로 내려쳤다. 피난길을 떠나라고 마을 사람들이 아무리 성화를 해도 교회와 성도들을 돌보겠다고 꿈쩍 않던 목회자의 마지막 모습이었다.

인민군에게 붙잡혀 고초를 당하면서도 신앙의 끈을 놓지 않았던 성도들은 온몸이 죽창에 찔린 채 엄목산 아랫자락 바닷물이 드나들며 만들어진 웅덩이에 버려졌다. 참혹한 아버지의 죽음을 듣고 공산당은 물러가라를 외치던 김종인 목사의 딸 김순화 씨도 그중 하나였다.

그렇게 순교한 이들이 법성교회에만 20여 명, 한국교회 사상 단일 교회 최다 순교지로 알려진 염산교회 77명, 야월교회 65명에 비하며 적은 수지만 법성의 공동체가 전쟁 후 보여준 우직한 신앙심의 깊이는 결코 얕지 않다고 이야기했다.

전쟁이 끝나고 상흔이 남은 땅엔 침묵이 이어졌다. 살아남은 주민들에게 교회와 십자가는 곧 죽음을 뜻했다. 하지만 복음의 회복을 결단한 이들의 의지는 총칼보다 강했다. 순교한 김종인 목사와 함께 법성교회를 이끌던 장기탁 장로는 성도들을 결집해 유흥주점으로 쓰이던 해월루를 매입하고 예배당으로 리모델링했다. 

파란 동이로 태어난 송동필 장로는 장기탁 장로님의 상처투성이었던 마을에서 어린이들을 교육할 수 있는 학원을 만들고 기똥찬 입담으로 동네 아이들이 주일학교에 모이게 했던 영적 리더였다고 회상했다. 이어 교회 다닌다는 이유로 아내와 자녀를 잃고도 다시 복음의 제단을 회복시키려 사력을 다하는 장로님의 모습이야말로 법성의 공동체가 지켜가야 할 순교 신앙의 모체라고 덧붙였다.

법성교회 이병화 목사는 선조들이 순교의 피를 흘려가며 신앙을 지켰다면 이 시대 우리는 백색 순교의 사명을 지고 살아가는 것이라며 코로나19 팬데믹을 지나며 깎여나간 신뢰, 문화적 전쟁을 치르며 덧입혀진 기독교에 대한 부정적 이미지를 삶과 행동으로 전환시키는 게 믿음의 성도들이 지향해야 할 순교 정신이라고 말했다.

엔데믹 시대에 품어야 할 순교 신앙은

한국교회 130년 역사가 일궈낸 다양한 열매의 바탕은 말로 형용할 수 없는 핍박을 받으면서도 순교의 피로 뿌려진 복음의 씨앗에 있다. 예배 중 쳐들어 온 공산군에게 처참하게 죽임을 당하면서도 공산군의 용서를 비는 기도를 드렸던 임자진리교회 이 판 일 장로, 인민재판에 회부된 후 기독교인이라는 이유로 학살당한 전남 영암읍교회 성도들....

전쟁이 가져온 암흑 같은 어둠 속에서 목숨의 위협을 받으면서도 이를 모두는 하나님을 향한 결단을 품은 자리에 세상의 어떤 무엇도 대신할 수 없음을 삶으로 보여줬다.

한국교회순교자기념사업회 정영택 이사장은 고대 그리스어 마르투스가 순교자와 증인의 두 가지 뜻을 지니는 이유는 신앙을 품은 이들에게 삶을 바쳐 복음을 증거 해야 하는 사명이 있기 위해 필요한 자세로 소개했다.

성도들이 순교자를 기리는 수준을 넘어 실존으로서의 순교 신앙을 펼쳐내야 합니다. 일상에서 내 의견에 반대하거나 나를 핍박하는 사람들에 대한 대응이 역공과 비난이어선 안 됩니다. 온유함이 필요합니다. 성경 속 스데반의 순교가 보여주는 절정은 예수 닮음이었습니다. 매 순간 내 삶이 예수님과 얼마나 닮아있는지 끊임없이 점검하며 몸부림쳐야 합니다라고 말했다.

순교 신앙을 몸소 체험하며 일상을 살아가기는 쉽지 않다며 정영택 이사장은 전남 영광은 물론 전북 정읍 두암교회 순교기념탑, 순교자 400여 명의 숨결을 확인할 수 있는 경기도 용인 한국기독교순교자기념관 등 각 지역에 마련된 순교자 기념 공간을 살펴보고 영적 유산을 마음에 새기는 것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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